불안이 동기부여가 될 수 있을까: 현재에 집중하기
이번 글에서는 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기술적인 문제를 다루기 위해 개설한 블로그에 개인적인 감정에 대한 글을 쓰는 게 맞나?' 하는 고민은 들었으나, 고민을 통해 성장하고 기록이 쌓여 내가 된다고 생각해서 용기를 갖고 글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10월부터 지인(동료)과 함께 글쓰기에 관련된 서비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동료와 함께 기획을 했고, 현재는 제가 개발 부분을 온전히 맡아 진행하고 있습니다.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쉽고 빠르게 돌아가는 서비스를 만들자라는 생각으로 Next.js, Tailwind, Supabase, Vercel 기술을 선택했죠.
서로 다른 사람이 만나 함께 하나의 목표를 갖고 달려가는 것은 참 즐겁고 행복한 일입니다(쓰고나니 결혼식 축사 같네요). 우리 서비스의 본질은 사용자가 건강하고 즐겁게 글을 쓰도록 돕는 것인데요.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으며, AI로 글을 양산하는 것이 아닌 글쓰기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는 방향으로 AI 기술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실제 개발은 10월 말부터 시작해 약 한달정도 소요되었고, 12월 초에 베타테스터를 모집해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베타테스트가 잘 마무리되면 2025년 1월에 서비스를 런칭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서비스를 만들고 개발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어서 온전히 몰입할 수 있었고, 이렇게 순조롭게 잘 진행되는듯 했습니다. 제가 불안을 느끼기 전까지는 말이죠.
어느날, 개발자 지인들과 커피챗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막연한 두려움과 불안함이 몰려왔습니다.
- 테이블 설계를 제대로 한게 맞을까, 조금 더 확장성을 고려해야 했을까?
- 내가 잘못된 구조로 개발을 하고 있던 건 아닐까
- 인프라 지식이 부족한데 운영 단계에서 장애가 발생하면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까
- 우리 서비스의 가치를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것에 실패하면 어떻게 하지?
- ...
설계, 개발, 배포, 실서비스 운영에 대한 걱정 그리고 서비스 자체의 실패 등... 여러 복합적인 이유들이 합쳐져 불안이라는 거대한 파도가 저를 향해 빠르게 다가왔습니다.
저는 잠시 불안에 대한 생각을 멈추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데일 카네기의 자기 관리론에서 제시한 네 가지 질문에 대해 생각해 봤죠.
- 무엇이 문제인가?
- 문제의 원인은 무엇인가?
- 문제를 해결할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 가장 적절한 해결책은 무엇인가?
차분히 생각을 해보니 아직 그 어떠한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사용자를 만나본적이 없고 데이터가 쌓이기 전이므로 테이블 설계가 잘못되었는지 판단하기 어렵고 운영 단계에서 장애가 발생한 적도 없습니다. 당연히 우리 서비스의 가치를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것에 실패한 적도 없습니다.
물론 문제를 대비하기 위해 적용할 수 있는 여러 방법론들이 있지만, 상황에 맞는 방법론을 선택하기 위해선 문제를 마주하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래를 과도하게 예측해서 대응하려다 보면 끝없는 오버 엔지니어링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죠.
4번 질문의 답으로, 현재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기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저는 불안이라는 감정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불안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기보다 동기부여로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10월부터 행복한 마음으로 일을 하며 지냈고 더 성장하기 위해선 불안이 필요한 시기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불안을 통해 위기감을 느껴 동기부여받아 더 나아가야 하는 때이고, 이 시기가 지나면 또 괜찮아질 거라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모든 것은 불확실합니다. '그럴 줄 알았어'라는 말은 수많은 예측 중 하나가 우연히 맞아떨어진 것일 뿐입니다. 동전을 10번 던져서 10번 다 앞면이 나오는 것은 우연이지, 정답이 아닙니다. 우리는 필연적으로 불확실성과 함께 살아갑니다. 불확실성을 견디기 위해선 현재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니어, 시니어, CTO 누구나 실수를 합니다. 낯선 기술이나 지식을 학습하다 보면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고, 그 공백은 수많은 오류들을 통해 채워집니다. 모두 이렇게 성장합니다.
저는 가치 있는 서비스를 사용자에게 선물하기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당장은 개발이 가장 중요하고, 그다음은 베타테스트가 되겠죠. 1년을 허비했다는 후회가 들면 1년을 더 살 수 있도록 건강을 챙길 것입니다.
저의 지난한 고민과 생각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